나에게는 내용이 사라져 버린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주어만 있고, 목적어, 서술어가 없다. 주어만 있는 이야기, 그러니까 나, 너, 우리, 그들만 존재하는 이야기이다. 몸이 없는 사람과 같은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흔적은 간헐적으로 나에게 온다. 시간 혹은 망각이라는 터널을 지난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이 내게 다시 상기되는 날 나는 강한 허기를 느낀다. 하늘엔 구름이 흐르고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그리고 비행기가 지나간다. 나는 용서받지 못할 어느 노인을 떠올린다. 이것은 분명히 이야기인데 줄거리를 기억하는 이가 없다. 내가 주인공이었던 이야기에서 줄거리가 있었고 등장인물이 있었지만 그 기억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런 이유로 내용이 사라져버린 이야기는 헐렁한 헝겊 아래에 가려진 형체 없는 에너지 덩어리와 비슷하다.-아래에 있는 덩어리보다는 실루엣에 더 가까운. 나는 그것들을 가지고 놀이를 시작하려 한다. 그것은 내용 없는 외형이고, 과정 없는 결과이다. 그것은 모순으로 빚어진 가능성이다.

I have a story which has lost its story. It has a subject who is missing a predicate and has no object. The story is only the subject: I, you, we, or they. This is a story of a subject with no body. Fragments of this story come to me intermittently. Whatever triggers these fragments to arrive from the past through a tunnel of oblivion makes me hungry. Cold winds.  Clouds overhead. Planes passing overhead. I remember an old man who I cannot forgive. This was surely a story, but none will ever remember it, though I was the protagonist of the story—a story with characters and plot—in which memories disappeared.  ​

For this reason, the story without a story is a formless energy mass veiled in loose fabric— the silhouette more form than the mass beneath it. I start to play with it. It is an outer without an inner. It is result without process. It is probability built by contradictions.

© 2004-2019 Hyoyoun Lee